[독후감] 아무튼 양말

2023. 3. 17. 23:38일상

밀리의 서재로 책을 읽기 시작한 이후

한 권을 진득하게 읽는 것이 아니라 여러 권을 왔다 갔다 하면서 읽는 이상한 습관이 생겼다. 

내 집중력을 저해시키는 나쁜 습관이 아닐까 조금 걱정했지만

찾아보니 ( + 지인의 말에 따르면) 꼭 책 한권만 진득하게 읽는 것이 더 바람직한 독서 습관이고 이런 건 아니라고 한다.

이유까지는 안 찾아봐서 모르겠지만 아무튼 문제 있는 독서 방식은 아니라고 하니, 당분간은 이 책 저 책 동시에 지금처럼 읽어보는 것으로...



<오늘부터 나는 브랜드가 되기로 했다.>라는 책을 읽다가 내용 중간에 책 <아무튼 양말>에 대한 언급을 보았다.

<아무튼 양말>은 "아무튼 00" 시리즈 도서 중의 하나로, 아무튼 시리즈는 여러 작가가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한 가지에 대해서 자유롭게 소개하고 이야기하는 내용을 담는다고 한다. 브랜딩에 대해 설명을 하다가 나온 책 소개였는데 뜬금없이 그 책에 확 꽂혀버렸다.



나는 2년 전쯤에 짧게 글쓰기 스터디를 했었다. 당시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주제 중 하나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기> 였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쓰니 그 어려운 글쓰기가 술술 써졌고, 그렇게 나온 내 글도 퍽 마음에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며 아무튼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 일단 읽고 있던 브랜딩 책을 껐다. (?)



오직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소개하는 글은 얼마나 흥미로울까? 심지어 그 관심사가 나와 겹치는 것이라면 더 재밌을 것이다. 지금 브랜딩 책을 읽을 것이 아니고 당장 그 책을 읽어봐야겠다! 그 길로 밀리의 서재에 검색을 해보았고 다행히 밀리의 서재에 있는 책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양말을 좋아한다. 옷과 잘 어우러지게 입는 것이 어려워서 내 옷장 서랍에는 흰색 양말만 가득하기는 하지만... 그 흰 양말들 사이에서도 나만의 취향이 있고 특별히 좋아하는 질감, 무늬, 길이, 착용감의 흰 양말이 있다. 또한 양말을 신어야 외출 준비를 제대로 시작한다는 또는 끝냈다는 느낌이 들어서, 옷 고르는 시간이 길어지면 괜히 양말부터 먼저 신어서 마음의 안정을 찾기도 한다.

이런 나, 제법 양말을 좋아한다 볼 수 있을지도?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지만, <아무튼 양말>의 저자는 내 상상을 초월하는 양말 덕후였다. 옷 사러 간 숍에 진열된 양말이 보이면 사는, 양말이 옵션인 세상에 사는 나는 상상도 못 한 양말이 메인인 세상이 있었다.

<아무튼 양말>을 읽으며 많고 다양한 양말 샵의 존재를 알 수 있었다. 양말에도 명품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이마트에서 3켤레에 몇천 원 하는 묶음 양말 세계에서 한발짝 나아간 기분! 실제로 책을 읽고 난 후, 책에 나온 온라인 양말 쇼핑몰에서 양말 구경을 했는데 너무 다양하고 예쁜 양말이 많더라. 옷에 어울리게 입는 것이 어려워서 흰색 양말만 고수했던 지난날들이 무색하게 '양말에 패션을 맞추면 되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양말들, 언제 내 통장 속 티끌들을 털어갈지 모른다. 책의 저자가 가장 많이 언급했던 "삭스타즈"에서는 최근 친구 생일 선물로 양말 세켤레를 보내 양말 구매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이제 나도 날 몰라... 

내 옷장 서랍에는 이제 3켤레에 5000원 하는 양말의 시대는 갔다. 1켤레에 12000원 하는 양말들로 가득해질지 모를 일이다.